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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 다시 태어나는 감동을 주는 영화

영화 '그래비티'는 아카데미 7개 부문을 수상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SF 걸작이다. (그래비티), (버드맨),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등의 작품으로 연속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한 촬영감독 엠마누엘 루베즈키가 함께 만든 영화다. 1억 달러의 제작비와 고도의 촬영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라이언 스톤(산드라 블록)과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 단 두 명이다. 오로지 영화의 배경, 캐릭터와 대사를 통해서 표현해내고 싶은 모든 것들을 아주 선명하게 전달한다.

 

구글영화포스터 그래비티

정말 놀라운 작품이다. 우주를 배경으로 영화지만 결국엔 땅 위에 두 발로 서서 살아가는 인간을 이야기한다. 영화 제목은 '그래비티' 지구가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을 뜻하는 '중력'이다.

강렬하게 살아나는 삶의 의지

소유즈에 도착하여 우주복을 벗은 후 무중력에 몸을 맡긴 라이언의 모습은 마치 자궁 속 태아처럼 보였고, 지구에 도착하여 육지를 밟고 한 걸음 내딛는 모습은 새 생명의 탄생처럼 보였다. 극한의 공포 속에서 다시 삶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되찾은 라이언은 망망대해 같은 우주공간에서 절망하지 않고, 한계를 뛰어넘어 결국 생존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주 공간이 보여주는 압도적인 고요함과 깊이를 알 수 없는 공포감 사이를 오가며 경이로움을 선물한다. 영화는 적막하지만 그 어떠한 우주 전쟁영화들보다 강렬하다. 관객들은 오로지 그녀의 감각에 의지하며 생존을 위해 싸우는 그녀의 모습을 숨죽이고 바라보게 된다. 결국 그녀는 지구에 무사히 착륙한다.

 

영화는 우리가 어떻게 지구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지 모른다고 한다. 다들 '엄청난 일'이라고만 말할 뿐이다. 중요한 건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영화는 혹시나 당신이 삶의 의지를 잃어버렸다면 주인공처럼 다시금 삶의 의지를 다져보는 것은 어떠냐고 우리에게 손을 내민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우리는 우리를 당기고 있는 중력을 새롭게 느끼게 될 것이다.

놓아주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

영화는 우주선 점검을 하던 라이언 스톤이 파편 충돌사고로 인해 소리도 산소도 존재하지 않는 광활한 우주 한가운데에 홀로 남겨지게 되는 상황에서 시작한다. 우주를 소재로 한 수많은 영화들이 가공할 만한 스케일을 자랑했던 것에 비하면 '그래비티'에는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별한 사건이 없다. 특별한 사건이라면 위성 잔해의 충돌뿐이다. 13분에 가까운 롱테이크 장면이 라이언이 지구로 되돌아가는 후반부까지 관객의 몰입도를 극대화시킨다.

 

 

영화는 오프닝 장면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극도의 재난 상황을 발생시킨다. 영화는 삶의 의미를 잃은 라이언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작업을 하고 있는 그녀의 심전도 수치가 염려스럽다고 메시지를 받거나, 우주정거장으로 도망치는 과정에서 산소량이 부족해지기도 한다. 우주는 삶을 포기한 라이언이 스스로 도망쳐온 곳이다. 지구를 바라보며 '최고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맷에게 라이언은 오히려 우주가 '고요하기 때문에 더 좋다'라고 말한다.

 

라이언은 위성 잔해들과 충돌하고, 동료들을 차례로 잃고, 방대한 우주에서 홀로 표류하게 되면서 그녀는 처음으로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 된다. 우주에서 오래 머물렀던 맷의 경험 때문에 살아나게 되지만, 둘은 우주정거장에서 나온 하나의 줄에 매달리는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다. 맷은 라이언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줄을 놓아버리게 된다. 라이언이 맷을 떠나보내는 장면은 딸의 죽음을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라이언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미 떠나보낸 딸과의 줄을 위태롭게 부여잡고 마치 죽은 사람처럼 살던 라이언. 라이언이 잡고 있던 줄에 매달린 맷은 스스로 그 끈을 놓으면서 라이언에게 꼭 살아서 돌아가라고 말한다. '놓을 줄도 알아야 해'라고 말한 맷 덕분에 라이언은 딸에 대한 미련을 놓아버리고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생각하게 된다. 자신에게 찾아오는 죽음의 공포가 극대화될수록 살아야겠다는 의지는 점차 강해지는 것이다.

 

폭발한 위성 잔해와 충돌한 사고가 발생한 후, 자신이 작업을 지체했기 때문이라며 자책하는 라이언에게 맷은 '어차피 충돌할 거였어'라고 말한다. 그의 말 그대로다. 러시아 위성이 폭발해 파괴된 것도, 그 위성의 잔해물이 날아온 것도, 그 파편에 맞아 동료들이 죽은 것도, 심지어는 학교에서 술래잡기 놀이를 하다 미끄러지는 사고로 딸이 죽은 것도 라이언의 잘못이 아니다. 모두 어쩔 수 없었던 일일뿐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 또한 사람은 살면서 온갖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겪는다. 하지만 방법은 없다.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을 견뎌내며 살 수밖에 없다. 지구를 죽음의 공간으로 느꼈던 라이언의 생각과는 달리, 처음부터 죽음을 상징하는 공간은 우주였다.

 

감독은 오프닝에서부터 우주가 '소리도, 기압도, 산소도 없는 곳이어서 생명체의 생존은 불가능하다.'라고 결론을 내놓고 시작한다. 영화 내내 우주에서 살아남은 건 라이언 외에 아무것도 없다. 동료들도, 위성도, 우주정거장도 모두 죽거나 파괴된다. 오로지 물과 산소가 있는 내가 살아온 지구만이 생명의 공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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