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편견 없이 시간의 흐름을 지켜보게 하는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F. 스콧 피츠제럴드가 1920년대에 쓴 단편소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이영화의 감독 데이비드 핀처는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개인적인 사건을 계기로 이 이야기를 영화화하게 된다. 특별한 대상이었던 아버지와의 이별은 다른 어떤 영화보다 이번 영화를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성적으로 접근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영화를 섬세하게 조율하여 벤자민 버튼의 인생 여정에 담긴 진리와 정신을 이상적으로 그려냈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
인간은 누구나 나이를 먹는 것, 늙어가는 것에 대해서 두려움을 느낀다. 80년을 거꾸로 간 시계처럼 거꾸로 산 벤자민을 보면서 인간의 일생과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영화 속에서 벤자민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통해 희로애락을 느끼면서 성장하게 된다. 거꾸로 가건 제대로 가건 시간은 흐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누구나 인간은 시간이 되돌아가길 간절히 원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시계장인 가토처럼 전쟁터에서 아들을 잃었을 때나 교통사고로 발레를 못하게 된 데이지처럼 아무리 원해도 우리는 되돌아갈 수 없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캐롤라인이 벤자민이 남긴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장면이었다. 학교 입학식에 가고 싶고 피아노를 가르쳐주고 싶다는 등의 사소한 일들을 함께 하고 싶다는 짧은 글이었지만 사람들의 가슴을 적시기에는 충분하였다. 벤자민의 절절한 그리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딸 캐롤라인에게 꿈이 있다면 나이가 몇 살이든 결코 늦거나 이르지 않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시간을 거꾸로 사는 그는 사랑, 가족, 하고 싶은 것들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딸 캐롤라인은 모든 것을 누리기를 원했던 것이다. 이 영화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긴 시간을 함께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깨닫게 해 준다. 언제나 항상 우리 곁에 있어서 잘 느끼지 못하는 가족의 소중함도 깨닫게 해 준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족에게 버림받았고 자신의 가족을 구성할 수도 없었던 벤자민이 우리들에게 그런 감정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우리 인간들은 오직 본인의 눈을 통해 자신만의 세상을 보고 기억하게 된다. 따라서 어느 누구도 완벽하게 똑같은 삶을 살지 않는다. 그것이 모든 인간들의 존재 가치이며 이유이기도 한 것이다. 언젠가는 우리도 늙어가고 생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어른들의 슬픈 동화이다. 노인으로 태어나서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판타스틱한 설정은 한 인물의 잔잔한 삶 속에서 시간의 소중함과 다른 사람과 함께 늙어가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일깨워준다. 이 영화는 정말 가슴이 먹먹해지도록 슬프고 아름다운 영화였다.
백발노인의 모습을 한 아기의 탄생
영화의 첫 장면은 백발의 노인인 데이지(케이트 블란쳇)의 병상에서 시작한다. 곧 죽음을 앞둔 데이지는 딸 캐롤라인에게 벤자민(브래드 피트)의 일기를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녀의 목소리와 함께 벤자민의 일생의 이야기가 시작한다. 영화의 처음과 끝에는 시계가 있었다. 영화는 전쟁터에서 사망한 아들이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는 장님 시계공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는 아들이 살아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간을 다시 되돌리고 싶어 시곗바늘이 거꾸로 가는 시계를 만든다.
단추공장을 경영하는 한 남자에게는 아들이 태어났다. 하지만 출산의 후유증으로 아내를 잃는다. 게다가 막 태어난 아들은 80살이 되어 보이는 백발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 남자는 아들 때문에 아내를 잃었다는 분노감과 추한 아들의 외모 때문에 이기를 낳다가 죽은 아내의 유언을 뒤로하고 아들을 양로원 앞에 버리고 만다. 보통의 부모들은 아이를 버릴 때 고아원이나 보육시설에 버리지 노인요양시설에 버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양로원에 버려진 탓에 그는 노인들과 함께한 시간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가 양로원에서 성장한 것과 흑인 엄마 퀴니를 만난 것은 그의 어두운 인생 속에 유일한 축복이었다. 기이한 그의 외모를 보고 아버지에게조차 버려진 그를 퀴니는 사랑으로 감싸준다. 퀴니는 그에게 세상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감사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말하며 그를 아들처럼 보살핀다.
시간과 나이를 초월한 사랑과 우정
시간은 흘러 벤자민은 아버지 토마스 버튼을 만나게 된다. 아내를 잃은 슬픔과 아이의 늙은 얼굴을 보고 순간적으로 토마스 버튼은 벤자민을 버렸다고 털어놓는다. 자신의 출생에 대해 알게 된 그는 충격에 방황하다가 데이지를 찾아간다. 몇 번의 엇갈림 끝에 겨우 다시 만난 그들은 열정적으로 사랑을 한다.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그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짧기 때문이다. 벤자민은 데이지와 함께 살면서 아이를 낳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연민을 자아낸다. 자신의 딸과 부인의 옆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없는 그는 떠나게 된다. 그는 가족 옆에서 같이 늙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딸보다 어린 아빠가 될 미래를 알기에 그럴 수 없었다. 벤자민은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미래를 생각할 수 없었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벤자민이 20대 청년의 모습으로 데이지의 발레교습소를 찾아간다. 벤자민은 자신의 딸 캐롤라인도 보게 된다. 데이지는 중년의 여성이 되어 있었고 다른 남자와 재혼한 상태였다. 재회한 두 사람은 짧은 시간이지만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고 다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게 된다.
벤자민이 자기 나이에 맞는 외모를 찾아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 순간은 너무나 짧았다.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소년일 때는 소녀 데이지와 어울리지 못했다. 데이지와 벤자민이 40대일 때 비로소 두 사람의 외모는 비슷했고 어울리는 상대가 되었다. 하지만 데이지는 나이를 점점 먹어가고 벤자민은 점점 젊어지는 모습 때문에 또다시 함께 할 수 없었다. 죽기 전, 노인과 소녀로 처음 만났던 벤자민과 데이지는 아기와 할머니가 되어 마지막 생을 함께 한다.
데이지는 보호시설에서 연락을 받게 되고 12세의 소년 벤자민을 만나게 된다. 그는 치매에 걸려 아무것도 기억을 못 하는 상태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벤자민은 점점 더 아기가 되어가고 데이지는 그의 보호자가 되어 함께 살게 된다. 벤자민은 아기가 되어 데이지의 품에서 죽는다. 한평생을 욕망을 절제하며 살아왔던 벤자민은 죽음으로 평온을 되찾는다. 80년의 긴 세월 동안 벤자민과 데이지 두 사람은 시간과 나이를 초월한 우정과 진정한 사랑을 보여준다.
브레드피트 주연의 또 다른 영화~
또 다른 분위기의 영화 한편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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